스포츠일반
"결승 진출 소감은요?" 묻자 쏜살같이 지나간 북한, 신유빈-전지희와 결승 격돌 [항저우 인터뷰]
'결승 진출 소감은요?'2일 탁구 여자 복식 준결승전이 열린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 북한 차수영-박수경 조가 인도의 수티르타 무케르지-아이히카 무케르지 조(15위)를 4-3으로 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본지 취재진은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으로 내려가 두 선수를 기다렸다.
차수영-박수경 조는 경기 종료 1분 만에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지 취재진이 '결승 진출 소감은요?'라고 말을 건네자 얼굴을 쳐다보더니 그냥 쓱 지나갔다. 아무런 답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세계 랭킹 1위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의 결승전 상대로 차수영-박수경 조(랭킹 없음)가 확정됐다. 중국의 탈락 속에 금메달을 놓고 남북 대결이 성사됐다. 아시안게임 탁구 결승에서 남북 대결이 성사된 건 1990년 베이징 이후 33년 만이다.
먼저 열린 경기에서 신유빈-전지희 조는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키하라 미유 조에 4-1(9-11, 11-8, 11-8, 11-7, 11-7)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탁구가 AG 금메달을 따낸 건 2002년 부산 대회 남자복식 이철승-유승민 조, 여자 복식 이은실-석은미 조가 마지막이다. 이번 대회에서만 동메달을 3개째 획득한 한국 여자 탁구의 '에이스' 신유빈은 금빛 도전을 이어간다이어 열린 4강전에서는 접전 끝에 차수영-박수경 조가 인도의 수티르타 무케르지-아이히카 무케르지 조(15위)에 4-3(7-11, 11-8, 7-11, 11-8, 11-9, 5-11, 11-3)으로 역전승했다.
차수영-박수경 조는 이번 대회를 통해 3년여 만에 국제무대로 복귀했다. 그래서 세계 랭킹이 집계되지 않았다. 김금용-변송경 조(랭킹 없음)가 북한의 주력 복식조로 보였으나 16강전에서 한국의 신유빈-전지희 조에 패해 탈락했다. 차수영-박수경 조는 북한 탁구에서 이번 대회 유일하게 메달을 땄다. 차수영-박수경 조는 세계 6위 두호이켐-주청주 조를 3-2로 물리쳤고, 준결승에서는 세계 2위 천멍-왕이디 조를 3-1로 격파하고 올라온 수티르타 무케르지-아이히카 무케르지 조까지 꺾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중국 팬들은 북한 선수들을 향해 '짜요(힘내)' 응원을 보냈다. 한국 탁구는 이번 대회 남북 대결에서 모두 웃었다. 이번 대회 국내외 취재진이 '북한'이로고 부를 때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정확한 표현을 써달라며 갈등을 빚은 터라, 결승 맞대결에 이목이 집중된다. 신유빈-전지희 조와 차수영-박수경 조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맞붙은 적 없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세계 랭킹 1위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신유빈은 결승 진출이 확정된 후 "상대가 북한 또는 인도, 누가 올라오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7시 30분에 열린다.
한편 차수영-박수경 조는 믹스트존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떠났지만 결승전에 오른 만큼 경기 종료 후엔 공식 기자회견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항저우(중국)=이형석 기자
2023.10.02 15:28